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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셋집에 살다 보면 가전제품이나 소모품들이 고장 나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생깁니다. 에어컨이 안 나오거나, 보일러가 말을 안 듣거나, 냉장고가 식히질 않는다거나. 이럴 때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죠.
“이거 집주인이 고쳐줘야 하나요? 아니면 내가 해야 하나요?”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 독립해서 자취를 시작한 분들이라면, 사소한 고장에도 당황하게 되죠. 막상 집주인에게 연락하자니 뭔가 불편하고, 그냥 내가 고치자니 억울하고… 그 경계에서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이번 글에서는 세입자와 집주인의 수리 책임 구분에 대해 명확하고 쉽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실제 상황별 예시와 함께, 계약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포인트까지 짚어보겠습니다.
1. 계약서가 우선! 하지만 일반적인 기준도 존재
대부분의 임대차 계약서에는 '시설물의 고장 시 수리 책임'에 대한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애매한 표현이 쓰여 있기도 하죠. 예를 들어 “시설물의 수리는 양 당사자의 협의에 따른다”는 식의 문구는 나중에 분쟁이 생길 여지를 남기기 마련입니다.
월세인데 전부 집주인이 고쳐줘야 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계십니다.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소유자가 누군지", "고장의 원인이 무엇인지", "소모품인지"가 중요합니다.
누가 설치했느냐? 누가 고장을 냈느냐?
1) 자연적인 노후화 및 고장
가전제품의 경우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부품이 마모되거나 수명이 다해 고장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자연적인 노후화"로 인한 고장은 대부분 임대인(집주인)이 수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임차인의 부주의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자연적인 노후화로 판단되는 고장에 어떤한 것들이 있을까요?
- 냉장고: 갑자기 시원해지지 않거나, 모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며 작동을 멈추는 경우.
- 세탁기: 세탁 중 멈추거나, 탈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또는 물이 새는 경우 (단, 호스 파손 등 임차인 부주의 제외).
- 에어컨: 찬바람이 나오지 않거나, 실외기 고장으로 인해 작동이 안 되는 경우 (단, 필터 미청소 등 관리 소홀 제외).
- 보일러: 갑자기 온수가 나오지 않거나, 난방이 되지 않는 경우.
- 가스레인지/인덕션: 불이 제대로 켜지지 않거나,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
2) 임차인의 부주의 또는 과실에 의한 고장
하지만 모든 고장이 세월 탓만은 아닙니다. "내가 혹시 뭘 잘못했나...?"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요. 임차인의 부주의나 고의적인 과실로 인해 가전제품이 고장 났다면, 그 수리비는 당연히 임차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는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선량하게 관리할 의무(민법 제374조)를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의 부주의 또는 과실로 판단될 수 있는 고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냉장고: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려 문짝이 찌그러지거나, 냉장고 내부 선반이 파손된 경우.
- 세탁기: 세탁기에 이물질(동전, 열쇠 등)을 넣은 채 돌려 고장을 유발하거나, 과도한 빨래 양으로 모터에 무리를 준 경우.
- 에어컨: 필터 청소를 장기간 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 고장의 원인이 된 경우, 또는 에어컨 작동 중 임의로 부품을 조작하다 파손한 경우.
- 가스레인지/인덕션: 조리 중 냄비를 떨어뜨려 상판이 깨지거나, 조작부에 액체가 들어가 고장 난 경우.
- 기타: 이사 중 파손시키거나, 임차인의 반려동물이 훼손한 경우.
이러한 고장은 임차인의 관리 소홀이나 직접적인 행위로 발생한 것이므로, 책임 소재가 명확합니다.
왜 고장인지 모르겠는데요...?
세상일이 늘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고장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노후화와 부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애매한 상황에서는 상호 협의를 통해 수리비를 분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수리비가 소액이거나, 양측의 책임이 조금씩 섞여 있다고 판단될 때 말입니다. 이럴 때는 대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3) 소모품은 대부분 세입자 부담!
가전제품이 아닌 월셋집에서 살면서 소비를 하는 소모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세입자가 부담을 합니다. 이는 고장이 아니라 그냥 다 쓴것이니까요. 대표적으로 "형광등, 수도꼭지, 샤워기" 등이 있겠죠?
💡 헷갈리기 쉬운 소모품 예시
- 주방 후드 필터, 세면대 트랩, 샤워 호스, 변기 커버, 형광등/LED 전구, 실리콘 마감재
- 수도꼭지 고무패킹, 에어컨 리모컨 배터리, 방충망 교체, 욕실 선반, 변기 레버 등
이런 소모품들은 사용 중 마모되기 쉬워, 세입자 부담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소모품인지 아닌지 판단이 애매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욕실 환풍기’가 고장 났을 때, 소모품이라고 주장하는 집주인과 필수 설비라고 주장하는 세입자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땐 공인중개사나 관련 기관의 자문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4) 월셋집 가전, 소모품 수리 책임 기준
월셋집 가전과 소모품 수리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 관행과 판례를 따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항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항목 | 수리 책임 | 비고 |
보일러,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 | 집주인 | 기본 제공된 경우 |
형광등, 수도꼭지, 샤워기 등 소모성 부품 | 세입자 | 사용 중 파손 시 |
세입자 과실로 인한 고장 (예: 세게 다룬 TV 리모컨) | 세입자 | 과실 입증 시 |
노후화로 인한 자연고장 (예: 오래된 세탁기 작동 불능) | 집주인 | 통상적인 책임 |
2. 수리 전, 반드시 이 3가지를 확인하세요
조금이라도 분쟁을 줄이기 위해선 월셋집 가전 혹은 소모품을 수리하기 전에 아래의 사항을 꼭 체크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계약서에 수리 조항이 있는가?
- “임대인은 시설물 유지 및 수리의무를 진다” 등의 문구가 있다면,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음.
- 반대로 “소모품은 세입자 부담”이라는 조항이 있을 수도 있음.
2) 가전이 ‘기본 제공’인지 확인
- 월셋집에 포함된 가전이라면, 고장 시 수리는 통상 집주인 몫입니다.
- 입주 당시 상태를 확인한 사진이 있다면 더 좋습니다.
새로운 월셋집에 이사를 하셨다면, 반드시 가전들의 상태를 잘 나타내는 사진을 찍어두시길 추천드립니다!
3) 고장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
- 세입자의 고의/과실인지, 자연고장인지에 따라 책임이 갈립니다.
- 최근 수리를 했거나 이상 징후가 있었는지도 확인하세요.
3. 수리비를 놓고 분쟁이 생긴다면?
월셋집 가전이나 소모품 수리를 가지고 집주인과 수리비 부담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수리비 부담 갈등이 생겼을 경우,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 문자나 카톡 등 기록을 남기는 방식으로 대화
(나중에 증빙 자료로 사용 가능) -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또는 LH/SH 공공임대 상담센터에 문의
- 소액 분쟁조정 제도 활용
(예: 수리비가 300만원 미만일 경우 간단한 분쟁 해결 절차 가능)
또한, 꼭 법적 조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공인중개사에게 중재를 요청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중개인이 계약 당사자들에게 조율을 권유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갈등이 완화됩니다.
4. 이런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실전 예시)
“입주했는데 에어컨이 아예 안 켜져요.”
→ 입주 전부터 있었던 문제이므로, 집주인 책임. 당연히 수리 요구 가능!
“살다가 냉장고가 고장 났어요. 고의는 아니에요.”
→ 집주인이 기본 제공한 가전이라면, 자연고장은 집주인 책임.
“세탁기에 빨래 넣다가 안쪽 고무가 찢어졌어요.”
→ 사용 중 과실이라면, 세입자 부담 가능성 있음.
“샤워기 헤드가 깨졌는데 누가 책임지나요?”
→ 사용 중 실수로 깨졌다면 세입자 책임. 하지만 노후로 인한 파손이면 집주인과 협의 필요.
“방충망이 너덜너덜한데 고쳐달라고 해도 될까요?”
→ 입주 전부터 심하게 손상되었다면 집주인 요청 가능. 하지만 사용 중 마모는 세입자 부담이 일반적입니다.
5. 핵심 요약
- 기본 제공된 가전이 고장 났다면 보통은 집주인 수리 의무
- 소모품 교체, 세입자 과실로 인한 고장은 세입자 책임
- 계약서 확인과 고장 원인 파악이 가장 중요
월세 살면서 억울한 돈 쓰지 않기 위해서는 "기록"과 "계약서"가 생명입니다. 의심스러우면 전문자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무료 상담센터도 꽤 많습니다!
월셋집 가전 수리비에 대한 갈등은 누구나 겪어본 일일겁니다. 그 만큼 많이 발생하는 일인데요. 아무쪼록 본 포스팅이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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