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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 차례상 차리는 법
어동육서, 좌포우혜, 조율이시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것은 차례상에 음식을 어떠한 순서로 올리는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올리는지에 대한 용어입니다.
이를 모두 외우고 설 차례상을 차리면 좋겠지만, 1년에 설과 추석 두 번 정도만 차례상을 차리므로 쉽게 외우기는 어렵죠. 오늘은 보다 보기 쉽게 설 차례상 차리는 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설 차례상은 일반적으로 5열 상차림입니다. 설 차례상 차리는 법에 사용하는 방위(동서남북)의 기준은 차례상을 차리는 사람이 남쪽이고, 신위를 북쪽으로 설정하는 기준입니다. 간단히 요약부터 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밥은 서쪽, 동쪽은 국
- 가운데는 시접
✔️ 2열 어동육서 / 동두서미
- 서쪽은 육류, 동쪽은 어류
- 생선의 머리가 동쪽, 꼬리가 서쪽
✔️ 3열 탕류
- 서쪽부터 육탕, 채소류탕, 어탕
✔️ 4열 좌포우혜
- 서쪽에는 포, 다음은 삼색나물, 간장, 김치
- 동쪽 끝은 식혜
✔️ 5열 조율이시 / 홍동백서
- 서쪽부터 대추, 밤, 배 곶감, 사과
- 서쪽은 흰 과일, 동쪽은 붉은 과일
어떠신가요? 이것만 보시고 바로 감이 오신 분들도 계실테고,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분들을 위해 아래의 각 열다 설 차례상 차리는 법을 조금 더 풀어서 그림과 함께 설명드려보겠습니다.
1) 1열 반서갱동 (飯西羹東) / 시접거중 (匙楪居中)
말 그대로 "밥(반飯)은 서(西)쪽에, 국(갱羹)은 동(東)쪽"에 두라는 말입니다. 1열은 신위 바로 아래에 위치한 열로, 한국인의 주식인 밥과 국이 위치합니다. 설이기 때문에 국은 "떡국"을 올리면 되겠죠?
그리고 "시접거중"에 따라 시접은 밥과 국 사이, 신위의 앞 쪽 중앙에 배치합니다.
2) 2열 어동육서 (魚東肉西) / 동두서미(東頭西尾)
"생선(어魚)은 동(東)쪽에 두고, 고기(육肉)는 서(西)쪽"에 두라는 말입니다. 육류로는 일반적으로 고기전인 육전과 고기를 구워 만든 육적 등을 올리며, 생선류는 생선으로 만든 동태전과 같은 어전과 생선을 구워 만든 어적 등을 올리면 됩니다.
아무래도 "전류"를 만드는 이 구간이 설 차례상 음식을 준비하는 데 가장 힘든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이때 또 한 가지의 원칙인 "동두서미(東頭西尾)"에 따라 생선의 머리는 동쪽, 생선의 꼬리는 서쪽을 보도록 놓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꼬리보다는 머리 쪽이 좋기 때문에 생겨난 원칙이라 합니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생선에는 "치"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생선은 올리지 않습니다. 삼치, 꽁치, 갈치, 멸치 등이 있는데요. 지금은 물론 아지만 옛날에는 이렇게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은 천한 생선으로 여겨졌다고 하여 차례상에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3) 탕류
서쪽부터 고기탕, 채소류탕, 생선탕 순서대로 놓으면 됩니다. 이때 탕의 개수는 홀수로 맞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리나라 조상들은 음양오행설에 따라 홀수를 짝수보다 길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홀수에 맞추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4) 4열 좌포우혜 (左脯右醯) / 숙서생동(熟西生東)
4열은 좌포우혜에 따라 "서쪽(왼쪽) 끝에는 북어, 대구, 오징어 등을 말린 포를 놓고, 동쪽(오른쪽) 끝에는 식혜"를 놓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각종 나물이나 간장을 놓습니다. 그리고 숙서생동에 따라 "익힌 나물은 서쪽에 놓고, 생김치는 동쪽"에 놓습니다.
포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비교적 구하기 쉬운 황태포를 올립니다. 그리고 나물은 홀수에 맞춰 삼색나물을 놓는 것이 일반적이죠.
5) 5열 조율이시 (棗栗梨枾) / 홍동백서 (紅東白西)
마지막 5열은 과일이나 과자를 올리는데요. 우선 조율이시에 따라 "대추, 밤, 배, 감을 왼쪽(서쪽)부터 순서대로" 놓습니다.
조는 대추, 율은 밤, 이는 배, 시는 감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대추, 밤, 배, 배 순서로 왼쪽부터 놓으면 되는데요. 이 조율이시에 대하 재미있는 설도 있습니다. 대추, 밤, 배, 감이 가지는 상징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인데요.
맨 서쪽에 놓이는 대추는 씨가 하나이므로 임금을 뜻하고, 밤은 한 송이에 3톨이 들어있으므로 3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뜻합니다. 배는 씨가 6개가 있어서 6조판서(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 판서)를 의미하고, 감은 씨가 8개가 있어 우리나라 8도를 상징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조율이시에 따라 대추, 밤, 배, 곶감을 놓은 다음에는 과일이나 강정 등의 과자를 올리면 되는데요. 이때에는 홍동백서를 따릅니다. 붉은 과일은 동쪽, 하얀 과일은 서쪽에 두면 됩니다. 일반적인 5열 설 차례상 차리는 법은 대추-밤-배-곶감-사과-강정입니다.
이때 접시에 올려놓는 과일이나 과자의 개수는 역시 "홀수"로 올리셔야 하고,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의 경우에는 위쪽과 아래쪽을 한 번씩 돌려 깎아줘야 합니다.
2. 차례상에 올리면 안 되는 음식
설 차례상 차리는 법 중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일부 음식은 올리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습니다.
✔️ 잡곡밥 대신 오곡 중 가장 귀하게 여기던 쌀밥.
✔️ 비늘이 없거나, 비늘이 두꺼운 생선
✔️ 어리석을 '치', 부끄러울 '치'와 같은 음이 들어간 음식
1) 귀신을 쫓는 음식
예로부터 복숭아, 마늘, 고춧가루, 팥 등은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잇습니다. 때문에 차례상을 비롯한 제사상에는 절대 올리지 않습니다.
2) 잡곡밥
예로부터 오곡 중 흰 쌀을 가장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사상에는 잡곡밥이 아닌 흰쌀밥이 올라가는데요. 설 차례상 역시 잡곡밥이 아닌 흰쌀밥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죠.
만약 잡곡을 올리더라도 귀신을 쫓는 의미를 가진 음식은 "팥"은 올리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3) 비늘이 없거나, 비늘이 두꺼운 생선
잉어, 붕어, 장어, 메기처럼 비늘이 없거나 비늘이 두꺼운 생선은 올리지 않습니다.
4) "치"로 끝나는 생선 이름
앞서 한번 말씀드렸지만, 생선이름 뒤에 붙는 "치"는 보통 어리석을 치, 부끄러울 치와 같은 음이 들어갑니다. 예로부터 이런 치가 들어간 생선은 천한 것이라 여겨 차례상을 비롯한 제사상에 올리는 것을 금했습니다.
3. 설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
명절은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부담이 되고 갈등의 시작이 되는 날로 비치고 있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족 대명절에 이혼율이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죠.
아마도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는 것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인데요. 시대가 흐르면서 젊은 사람들의 사고와 기성세대와의 사고 간 상당한 갭이 벌어지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하는 것들은 옛 문헌에 정식으로 표기된 것은 없습니다. 옛 문헌에 나와있는 것은 "향토적인 음식"을 올리는 것뿐입니다. 아마도 구전으로 내려오면서 점점 더 좋은 것을 올리고 격식이 엄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는 이러한 갈등을 줄이고자 "설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을 발표했습니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을 최소화하여 명절을 "부담을 주는 날"이 아닌 것으로 만들기 위함인데요.
설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은 음식을 최대 9가지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차례상 준비에 가장 악명을 떨쳤던 기름에 튀기는 "전류"는 전부 제외하였습니다.
이렇게만 올린다면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고, 그만큼 부담도 갈등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 기존에 음식을 준비하던 시간에 이제는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해지겠지요.
여러분들도 이번 설에는 설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 대로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오늘은 이렇게 설 차례상 차리는 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명절에는 음식을 많이 준비하는 것보다는 한국문화진흥원에서 추천하는 간소화 차림을 사용해 보고, 그 외 시간은 가족 간의 대화나 놀이에 집중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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